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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in : DIARY at 2009/02/23 23:15

고등학교 학창시절 정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다.

그러나 소위말해, 우린 성향이 너무도 달랐던 거 같다.

그 친구는 늘 사회에 대한 고민, 여성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있었다.
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생회 활동을 꾸준히 했고,
하고 싶은 일들을 절대 "그냥" 놓쳐버리지 않는 강단 있는 아이였다.
같은 대학에 들어와, 같은 수업도 몇 번 들었지만,
만날 때마다 멀어져간다는 생각이 들었고,
학창시절 그 친구들과 만나서 떠들 때에도,
친구들과 난 늘 혼나는 입장이 되었다.

그 친구는, 일부러 그러했는지 어쨌는지, 늘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주입시키려 했다.
사실,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.
차별이라든가, 부당한 압박이라든가, 
정말 안이하게.. 내가 겪어보지 못해서 그냥 넘겨버리는지도 모르겠지만,
사소하거나, 필요없거나, 그런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.
하지만, 정말 냉정하게 말해서, 
난 그냥 무난하게 살아가고 싶어할 뿐이다.
게다가, 주변엔 정말 그렇게 크게 문제 일으키는 사람도 없다.

문득.
끊임없이 문제를 찾아내고 고민하고, 해결하려고 하고, 항상 화이팅하려고 하는 그 친구에게,
더 이상 할 말도 들을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.
크게 싸운 것도 아니었고, 크게 섭섭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.

그 친구는 돕고자 하는.,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들로 늘 바빴고,
우린., 그냥 철없이 웃고 떠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되었을 뿐이다.
부를 때마다 바쁜 그 친구를 더 이상 부르는 것조차 미안해지게 되었을 즈음하여,
'그래. 그만두자' 란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.

그런데 말이지.,
그 친구는 잊을만하면.,한 번 씩 연락이 온다.
반갑게 안부를 되물어볼 수도 있겠으나.,
그 친구 또한 나의 안부를 물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.
본인의 뮤지컬 공연 소식이나, 본인이 기획하는 공연 소식이나., 그런 것들을 전할 뿐이다.
정말 싸가지 없는 마음으로 해석하여,
그 친구에게 있어서 나는 단지 티켓 사줄만한 한 사람으로 존재하는것 같다.

우리는..
친구인건가?

"잘지냈어? 나 이번주 토욜에 홍대쪽에서 뮤지컬 동호회 공연해. 홍보물 보낼께. 멜주소 알려줘"

오늘 난, 대뜸, 바뀐줄도 몰랐던, 그러나 끝자리로만 간신히 짐작할 수 있었던 그 친구로부터 온 연락에,
섭섭함을 표현해도 되는 사이인건가? 싶어졌다.
그렇게 고민하다가, 여섯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,
"OO인가? 번호가 바뀐줄도 몰랐네. 메일주소는 ~~~야. 근데 토욜이면, 못가지싶다."
이렇게 보냈다.
답문이 없다.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.

난 소심하고, 뒤끝이 있어서, 
이런 친구와 
10년이 지나고., 또 20년이 지나도, 
10년 전의 기억으로., 또 20년 전의 기억으로,
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전혀 알 수가 없을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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